[JEN] MMCA 서울관 <정원:GARDEN>
- 장경현
- 2015년 3월 31일
- 2분 분량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1주년 기념전 <정원:GARDEN> / 2014.10.21-2015.05.10
"당신은 정원이 있습니까?"하고 물어보길래 '정원까지는 아니지만, 마당이 있지. 초록색 잔디가 있는 건 아니지만, 겨울이면 국화꽃이 피는 화단이 있고 아빠의 오래된 자전거 옆에 5살 된 개가 누워 있고 화분들이 줄지어 마당을 채우고 있으니 우리 집 마당은 정원이지?' 하고 대답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개관 1주년 기념전은 <정원>이라는 이름 아래 울창한 초록 숲으로 시작하여 만남, 쉼, 문답, 소요유 4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있다.


<1. 만남>에서 삶의 영역에서 겪게 되는 다채로운 감정과 기억들에 대한 작품들을 봤다면 <2. 쉼> 에서는 건물 만한 크기의 소나무 스케일에 압도되었다. 이 섹션은 이 날 전시를 통틀어 나에게 가장 큰 벅참을 주었다. 거친 소나무의 나뭇결까지 생생해, 그 앞에 서있자니 소나무가 나를 내려다 보는 건지 내가 소나무를 올려다 보는 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앞 섹션에서 많은 색채에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면 이 거대한 소나무들 앞에서 내 걸음은 맴돌고 맴돌았다. 오로지 흑백만으로 표현된 깊이가 고귀하면서도 압도적이어서 검은 솔잎이 푸르게 보이는 것 같은 착시를 경험하기도 했다.
걸음을 옮기려다 멈추기를 반복하며 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폭포가 쏟아지는 소리가 났다. 벅차는 가슴을 어쩔 줄 몰라 하며 직원에게 "저 이 소리가 이 작품과 연계되어 있는 건가요?" 물으니, "네, 그렇습니다. 뒤에 보이시는 <소요유> 와 <문답>이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다음 전시관으로 가셔서 <문답> 미디어 영상 속의 사운드입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사실 <3. 문답>의 영상이 인상적이긴 했으나 큰 영감을 주진 못했다. 오히려 그 소리를 <4. 소요유>, <2. 쉼>과 함께 들을 수 있었던 것이 나의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4. 소요유>는 얽매임 없이 여유로운 것을 의미하는 '소요(逍遙)'와 '유(遊:놀 유)'를 한 단어로 결합한 장자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얼마나 멋진 단어인가. 평생 마음에 품을 단어다.


이재삼 작가의 작품이 참 좋았다. 둘 다 '달빛'이라는 제목으로 벽 너머로 들려오는 폭포소리가 작품을 감상하는 데 한 몫 했다. 적어도 그 때까지는 이 소리의 정체를 알지 못했으니 이 작품 앞에 있는 동안은 폭포 소리였다. 몽환적이게 물안개 핀 동굴 안, 저 남자(혹은 여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여러 상상을 하게 한 작품이었다. 물 안개 위를 걷고 있어, 아니야 그냥 서있나, 어쩌면 물안개가 아니라 눈부신 섬광일 수도. 아, 폭포일까 빛일까 동굴일까 구름 위 일까.
<정원>전에서는 우리에게 다시 질문한다. "당신은 쓸모 있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당신의 삶을 담아내며, 지친 일상의 호흡과는 다른 숨을 쉴 수 있게 하고, 내면의 숭고함과 깊은 질문에 직면할 수 있게 하는 질문을 던지는, 또는 그 질문에 대답하는, 그래서 당신의 영혼과 정신이 고양되며 막힘 없이 자유롭게 소요할 수 있는 그런 정원을 가지고 있습니까?” 서울관이 원하는 것처럼 그 답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일 수 있겠다.
글 - 장경현
사진 - www.mm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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