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N] 피리부는 사나이 '오혁'
- 장경현
- 2015년 4월 9일
- 2분 분량

해를 보고 싶다. 이런 4월에 꽃은 도대체 무슨 힘으로 피어났는지, 어떻게 오라를 뿜어내는지 알 수가 없다. 나는 볕을 쬠으로써 내일을 살아갈 의지를 만들어내는 광합성 비슷한 것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구나 깨달음과 동시에 볕 없이는 꼼짝없이 무기력에 휩싸이는 무능력함을 발견해버렸다. 멀리 보이는 산과 건물의 원근이 사라지고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만 보름째다. (실제로 분무기로 뿌리는 것 같은 비가 몇 차례 내렸지만,)쏟아내야 할 것을 쏟아내지 못한 회색 구름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 올려다봐도, 아침을 보내고 오후를 걸어도 바람은 겨울처럼 새벽처럼 으스스하다.
외출과 동시에 이어폰으로 귀를 막는 내게 날씨와 음악은 아주 긴밀하다. 이어폰 속으로 다른 소리가 스며드는 것이 싫어서 볼륨을 키우고 나면 세상과는 완전 격리된 공간 속에 오로지 날씨와 음악이 남는다. 3월 이후로 듣고 있는 음악은 전부 ‘오혁’이 불렀다.
오혁은 밴드 혁오의 보컬이다. 작년 9월에 데뷔해 오로지 입 소문만으로 인디 신의 중앙으로 흘러왔다. 새로운 음악이긴 한데 새로운 장르라기보다 기존의 것들이 뒤섞여 새로워진 느낌이다. 정의를 내리기에 모호한 위치에서, 긍정과 부정의 경계에 서있는 그들의 음악은 어느 한 편이 되어야 한다는 현실을 무표정하게 바라본다. 스스로를 미생이라 칭하며 완생을 운운하던 청춘들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아 멀뚱히 서있는 이들을 대표해 밴드 ‘혁오’는 그저 ‘생’을 노래한다. 신비롭게 노곤한 목소리로 각종 SNS의 힙스터들을 이끌고 다니는 모습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떠올리게 한다. '검정치마'. '검정치마'를 떠올리게하기도 하지만 다르다. 천재일지도 몰라....

프라이머리와 협업한 이번 앨범은 시원하다. 이전의 프라이머리는 잘 생각나지 않고 오혁의 좋은 느낌이 커졌다. 새벽 안개 같던 음악이 이른 아침까지 온 것 같다. 온갖 수식어들로 아름답게 포장해 해석하려고 설명하려고 노력할 것 없이 우리가 이 음악에 빠져있는 이유는 그들이 노래하고 있는 것들이 우리를 채우고 있는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들어봐라. 다른 사람에게 꺼내 보이고 싶지 않았던 내 안의 염세주의를 찾아내 눈을 마주치고 있다가 위로는커녕 더 슬퍼지게 할지도 모른다. 정의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애매해서가 아니라 12색으로 표현할 수 없는 ‘탁한 색’이기 때문이라고 하자. 푸르스름한 그의 머리 같은 색. ㅎ
글- 장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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