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B] 가죽 공예 : DENKER :
- 장경현
- 2015년 4월 10일
- 2분 분량


우연이었다. 학교 휴게실에 앉아 있던 내 귀가 마침 열려 있었고 “제가 가죽으로 맥북 파우치를 만들고 있는데요. 혹시 사이즈 측정 차…”라는 말을 주워 들었고 어느 날 갑자기 생각났다.
‘가죽으로’, ‘만든다.’, ‘직접’
이 키워드 만을 떠올리며 그를 수소문했다. 그리고 가죽에 손 바느질을 하는 남자 ‘Denker’를 만났다.
Basin - 사실 제가 잘 몰라서요. (웃음) 정확히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 건가요.
Denker - 비즈니스 모던 클래식을 콘셉으로 한 가죽 파우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blog를 통해 주문 제작 판매하고 있어요. 지금은 맥북과 아이패드를 위한 파우치에 집중하고 있고 가죽 백팩을 선보일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어요.
이태리 소가죽을 사용한 손바느질 제작 방식을 설명하면서 그가 눈을 번쩍였다.
B - 손으로요? 손바느질이요?
D - 이태리 장인의 한 땀 한 땀웃음아시죠(웃음)
B - 그러면 아까 준비하고 있다고 하셨던 가방도 같은 방식으로 제작되는 건가요?
D - 네. 미싱과 손바느질(새들 스티치)은 정교함이나 외관상으로도 차이가 있지만, 내구성 면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어요. 훨씬 견고해요. 미싱은 윗실과 밑실, 두 갈래의 실이 있는데, 윗실과 밑실은 서로 걸쳐주는 역할밖에 하지 못해요. 그래서 한 지점의 실이 풀리게 되면 연쇄적으로 다 풀리게 되는 거예요. 하지만 손바느질은 하나의 지점마다 매듭을 짓는 식으로 연결돼요. 혹시 실이 풀리게 되더라도 그 한 부분에서 끝이에요. 물론 개인의 기호에 따라 선택할 문제이긴 하지만 정말 오래 쓸 가방을 만들어야겠다 싶으면 손바느질을 해야 해요.
B - 가죽을 선택한 이유는 뭐예요?
D - 음... 가죽을 좋아해서 선택했다기보다 가장 정직한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발을 들이게 된 것 같아요. 학교를 휴학하고 목공 일도 해보고 취업 준비도 해보고 이것저것 해봤는데, 확 몰입되고 있는 기분은 안 들더라고요. (웃음) 가죽공예는 여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요. 작은 실수 한 번이 용납이 안 되는 일이거든요.
B -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D - 가죽 공방 수업을 듣고 디자인 구상샘플 작업 등 준비 기간은 길었는데이 일을 시작한 지는 막상 정말 얼마 안 됐어요. (웃음)
B - 일반적으로는 취업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을 시기잖아요.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궁금해요.
D - 아까 살짝 말했지만 정직하게 일하고 싶었어요. 내 방식으로 정직하게 돈을 벌고 싶었어요. 뜻이 맞지 않는 회사에 들어가서 회사의 일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디에 소속되지 않은 채로.
단단한 어조로 정직을 강조하던 Denker는 운영중인 blog를 열어 파우치와 작업실 사진을 에디터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Denker의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B - 늦었지만 Denker가 무슨 뜻이에요.
D - 독일어로 '사색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B - 오~ 굉장히 멋진 의미네요! 그런데 비즈니스 모던 컨셉 추구하신다고 하셨잖아요. 사색이랑 연결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아요.
D - Denker는 말 그대로 '사색하는 사람'이에요. 저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Blog를 통해서 판매를 하고 있지만, 제가 쓴 글을 함께 게시하고 있거든요.
지금 Denker가 하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지 묻자 ‘경쟁이 싫어서 시작한 일인데 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라고 말 끝을 흐렸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무한 경쟁사회에서 경쟁은 피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떤 크기와 형태, 방향으로 삶의 성공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승리가 아닌 성공을 위한 인생을 살고 싶은 거라면 더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 그 방법이 무어냐고 되묻는다면 다른 길로 움직여보거나 멈춰보는 수 밖에 없다. 어찌되었든 변해야 알 수 있는 거니까.
<Basin>과 Denker는 이제 막 시작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비슷하다. 생각했던 것만큼 잘 풀리지 않는 일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기에 급급하면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준비한 것에 대한 반응은 미약하고 시작해보니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시작은 시작일 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시작이 가치 있고 응원 받아 마땅한 이유는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시작 한 사람은 분명 어제보다 나은 삶을 산다.
* 덴커 blog
http://blog.naver.com/denker123



글 - 장경현
사진 - De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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